제주 만장굴 용암동굴 내부 통로
Jeju 2026.10.05

만장굴 80년, 세계유산축전으로 다시 열리는 제주 화산섬

‘2026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10월 3일 개막해 18일까지 16일간 이어진다. 개막 행사는 3일 저녁 7시 30분 만장굴 특설무대에서 기념식과 실경공연으로 마련됐다. 실경공연은 80년 전 만장굴을 처음 세상에 알린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이번 축전은 국가유산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과 사단법인 제주유산마을미래가치연구원이 주관한다. 무대는 한 곳이 아니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응회구까지 제주 세계자연유산을 이루는 세 지역 일대에서 프로그램이 열린다. 올해는 만장굴 발견 80주년이자 부종휴 선생 탄생 100주년이어서, 두 기념일이 축전의 중심에 놓였다.

만장굴 입구 전경

만장굴 80년과 부종휴, 한 사람의 이름이 축전의 중심에 서다

올해 축전의 출발점은 두 개의 기념일이다. 만장굴이 발견된 지 80년이 되는 해이자, 이를 세상에 알린 부종휴 선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기념식과 실경공연은 이 두 시간축을 하나로 엮는다. 80년 전 꼬마탐험대를 이끌고 어두운 동굴로 들어갔던 부종휴 선생이 세계유산이 된 그 자리를 다시 마주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왜 우리는 이 유산을 지켜왔는가, 왜 앞으로도 이어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구성이다. 유산마을 주민들이 삶 속에서 이어온 보호와 실천의 역사도 함께 조명한다.

이 질문이 회고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기념식과 함께 열리는 ‘세계유산 숨길원정대 출정식’에 있다. 꼬마탐험대의 도전 정신을 잇는다는 취지로 꾸려진 원정대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와 한라산, 성산일출봉을 잇는 세계자연유산 구간을 5박 6일 동안 걷고 야영하는 장거리 탐방에 나선다. 이정석 제주유산마을미래가치연구원 이사장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세계자연유산은 자연의 신비로움뿐만 아니라 이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온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번 기념식과 실경공연이 유산의 가치와 계승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산을 관광 자원으로만 보지 않고, 그것을 지켜온 사람들의 시간까지 함께 비추겠다는 의도가 축전의 밑그림에 깔려 있다.

한라산 구름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

예약은 이미 8월에 시작됐다, 남은 자리를 확인할 시점

주요 프로그램 예약은 개막보다 한참 앞서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워킹투어, 특별탐험대, 유산마을 이야기, 별빛산행 일출투어, 세계유산 탐험버스까지 5개 주요 프로그램의 사전예약은 8월 20일 오전 10시 티켓링크에서 선착순으로 시작됐다. 예약이 열린 지 한 달 반이 지난 만큼, 지금 참여를 계획한다면 원하는 프로그램에 자리가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좋다.

프로그램 구성을 보면 이번 축전은 ‘보여주기’보다 ‘걷고 체험하기’에 방점을 찍었다. 대표 프로그램인 ‘불의 숨길-워킹투어’는 세계자연유산의 길을 직접 걷는 방식이고, 특별탐험대는 평소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공간을 찾아간다. 별빛산행 일출투어는 밤에 한라산을 오르고 일출을 맞는 프로그램이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세계유산 탐험버스는 오래 걷기가 부담스러운 방문객이 고르기 좋다. 워킹투어는 티켓링크 예약과 현장 참여가 모두 가능하다.

거문오름 숲길 탐방로

유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 축전보다 먼저 시작된 이야기

이번 축전은 자연유산의 지질학적 가치만 내세우지 않는다. 세계자연유산을 둘러싼 마을의 이야기를 만나는 ‘유산마을 이야기’는 개막 전부터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됐다. 7월 1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는 전통 어업 노동요 ‘멜 후리는 소리’ 실경공연이 열렸고, 8월 12일 행원리에서는 짚줄꼬기 농촌체험과 해녀노래 공연이 글로벌 아카데미 참가자들과 연계해 진행됐다. 9월 19일에는 성산리 순서가 잡혔다.

이런 구성은 세계자연유산이 사람 없는 풍경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가 오랫동안 삶터로 삼아온 공간이라는 사실을 짚는다. 관광객이 스쳐 지나가는 관람지가 아니라 주민의 생업과 문화가 겹쳐 있는 장소라는 점을 축전이 드러내는 방식이다.

제주 유산마을의 돌담길

외국인 유학생 203명이 몰린 이유, 세계유산을 알리는 다른 방식

축전에 앞서 진행된 사전 프로그램 ‘글로벌 아카데미’도 반응이 컸다.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56개국에서 203명 신청했고, 심사를 거쳐 24개국 25명이 최종 선발됐다. 참가자들은 제주 세계자연유산 현장에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자신이 경험한 제주 유산을 콘텐츠로 만들어 SNS에 공유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이들은 ‘제주유산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각자의 시선으로 제주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릴 예정이다. 국내에 사는 외국인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에 소개하는 방식은 지자체의 공식 홍보 채널과는 다른 결의 확산 경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산일출봉 응회구 전경

16일이라는 시간, 그리고 섬이라는 조건

제주 세계자연유산은 세 곳에 흩어져 있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응회구는 서로 떨어져 있어 한 번의 방문으로 세 곳을 모두 둘러보기는 쉽지 않다. 축전이 16일에 걸쳐 열리고 워킹투어, 탐험버스, 별빛산행처럼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이 나뉘어 있는 만큼, 일정에 맞춰 한두 곳을 골라 참여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별빛산행 일출투어처럼 야간·새벽 일정이 포함된 프로그램은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참여를 계획한다면 당일 기상 상황과 운영 공지를 미리 확인해두자.

밤에 랜턴을 켜고 산길을 오르는 탐방객

남은 과제, 그리고 지켜볼 지점

이번 축전이 던지는 질문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남는다. 유산마을 이야기와 글로벌 아카데미처럼 축전 전후로 쌓인 프로그램들이 16일간의 행사로 소진되고 마는지, 아니면 매해 이어지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제주유산마을미래가치연구원이 관련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축전이 일회성 기념행사를 넘어 유산마을과 지역 공동체를 잇는 사업으로 확장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부 일정과 프로그램 안내는 축전 공식 홈페이지(worldheritage.kr)와 인스타그램 계정(@worldheritage_jeju)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워킹투어처럼 현장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도 있으니, 사전예약을 놓쳤더라도 방문 전에 최신 공지를 확인해보자.

마무리

만장굴 80주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걷고 체험하는 프로그램 구성, 유산마을 주민의 목소리까지 한데 엮은 이번 축전은 제주 세계자연유산을 소개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브랜드나 관광업계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볼거리 이상의 기회다. 워킹투어나 별빛산행은 방문객이 직접 걷고 오래 머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체류 시간이 긴 방문객을 겨냥한 협업이나 지역 콘텐츠 노출은 축전 시즌에 맞춰 설계할 때 더 뚜렷한 반응을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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