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테우 해변 인근 골목 상점가 풍경
Jeju 2026.08.24

이호테우 골목형상점가 지정, 로컬 브랜드 상권 전략

말등대로 유명한 이호테우 해변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면, 손바닥만 한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이 나온다. 평일 오후에도 카페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들, 배달 오토바이 사이로 캐리어를 끌고 걷는 관광객들, 그리고 몇 해째 자리를 지킨 반찬가게와 새로 들어온 소품숍이 뒤섞인 이 골목이 최근 제주도로부터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상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낡은 어촌 마을의 뒷골목처럼 보이던 이 공간이 이제는 행정적으로도 ‘상권’으로 이름을 얻은 셈이다.

골목형상점가 지정은 전통시장법에 근거해 시·도가 일정 요건을 갖춘 골목 상권을 상점가로 인정하는 제도다. 이호테우 인근 골목이 이번에 그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 지역은 앞으로 시설 현대화나 공동 마케팅 사업 등 지원 대상 후보에 오를 자격을 갖추게 됐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사업의 예산 규모나 집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왜 지금 이호테우 골목이 주목받았나

이호테우 해변은 제주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 중 하나로, 붉은 말과 흰 말 모양의 등대 덕분에 오래전부터 사진 명소로 알려져 왔다. 문제는 해변 바로 앞 대로변 상권과 달리, 그 뒤편 골목은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다는 점이다. 해변에서 사진만 찍고 시내로 빠져나가는 동선이 굳어지면서, 골목 안쪽 상인들은 오랫동안 ‘스쳐 가는 손님’만 상대해야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도는 원도심이나 관광 인접 지역의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상점가 지정 작업을 몇 년째 이어왔다. 산지천 주변 원도심 상권이 축제와 연계한 활성화 사업으로 주목받은 사례가 있었고, 이번 이호테우 지정도 그 연장선에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해변과 그 배후 골목 상권 사이의 격차를 줄여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단순한 행정 절차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호테우 해변의 말등대와 백사장 풍경

골목 상인들이 실제로 마주한 변화

상점가로 지정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매출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인들이 먼저 체감하는 건 행정 절차의 시작이다. 상점가 운영을 위한 조합 결성, 정관 마련, 사업계획 수립 같은 실무가 상인 대표들의 몫으로 떨어진다.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반찬가게나 철물점 주인부터, 최근 몇 년 사이 들어온 카페·소품숍 운영자까지 세대와 업종이 뒤섞인 골목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상인들이 지정 소식을 반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간판 정비나 골목 경관 개선, 공동 홍보물 제작 같은 사업에 지자체 예산이 투입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 점포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비용을 상권 단위로 나눠 부담할 수 있는 구조로, 특히 임대료 부담이 큰 소상공인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예산 배정과 집행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좁은 골목에 늘어선 작은 상점들

섬이라는 조건이 만드는 특수한 셈법

육지의 골목상권과 제주의 골목상권은 사정이 다르다. 관광 성수기와 비수기의 격차가 크고, 겨울철에는 해변 자체를 찾는 발길이 확 줄어든다. 이호테우처럼 해변을 낀 상권은 여름 한 철 매출로 나머지 계절을 버티는 구조가 굳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골목형상점가 지정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계절 편차를 완화할 공동 행사나 비수기 프로모션을 상점가 단위로 기획할 근거가 생긴다는 점이다.

또한 제주는 항공·선박이라는 제한된 접근 수단에 관광 산업 전체가 묶여 있다. 최근 항공 좌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시기가 이어지면서 관광객 수 자체가 예년만큼 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해변 앞 대로변 상권만이 아니라 배후 골목까지 관광 동선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제한된 관광객을 상권 내에서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골목 초입에 자리한 작은 카페 외관

다른 지역 사례가 보여주는 갈림길

골목형상점가 지정이 곧바로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다른 지역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지정만 받고 조합 운영이 흐지부지되면서 지원 사업 자체를 활용하지 못한 상점가도 있고, 반대로 조합이 적극적으로 공동 마케팅과 시설 개선을 끌어낸 곳은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난 사례도 있다. 결국 관건은 지정 이후 상인들이 얼마나 결속해서 실행력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여러 상점가의 공통된 교훈이다.

제주 원도심 산지천 인근 상권이 축제와 결합해 활기를 되찾은 흐름도 참고할 만하다. 단순히 상점을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할 이유가 되는 콘텐츠와 결합했을 때 골목 상권의 체감 변화가 더 뚜렷했다는 점이다. 이호테우 골목 역시 해변이라는 확실한 방문 동기는 이미 갖추고 있는 만큼, 그 동선을 골목 안쪽까지 끌어들일 콘텐츠를 상인들과 지자체가 얼마나 함께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어촌 마을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들

이호테우 골목형상점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지원 사업의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사업 항목, 조합 결성 시점, 시설 개선 착수 시기 모두 협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향후 제주특별자치도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공식 발표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조합 구성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얼마나 원만하게 이뤄질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관광객 동선을 골목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구체적인 방법론, 예를 들어 야간 조명이나 통합 안내판, 공동 이벤트 같은 실행 계획도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로 보인다. 상점가 지정이라는 첫 단추는 꿰어졌지만, 그 이후의 실행이 이호테우 골목의 실질적인 변화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들이 걷는 거리 상점가

로컬 브랜드에게는 지금이 움직일 타이밍

이 골목에 이미 매장을 두고 있거나 입점을 고려 중인 로컬 브랜드라면, 상점가 지정 초기 단계야말로 상권 브랜딩에 관여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조합 논의 단계에서 공동 브랜드 슬로건이나 골목 고유의 정체성을 함께 설계하는 상인은, 이후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홍보물이나 행사에서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낼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개별 매장 마케팅에 머무르지 않고 상권 전체의 스토리에 브랜드를 얹는 전략이 지금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이유다.

제주 해안에서 바라본 노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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