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누아의 세포라 차이나 재진출, K뷰티 중국 수출 76% 급증의 신호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20일까지 중국으로 향한 화장품 수출액은 약 1억9천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향 수출액은 1억4천900만달러로, 중국이 미국을 앞섰다. 9월 월간 수출액이 약 2년 만에 2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부진했고 2022년부터는 해마다 평균 21%씩 줄던 중국 수출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숫자가 먼저 보여준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 반등의 한가운데에 색조가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중국향 색조 화장품 수출액은 약 9천900만달러로, 중국으로 나간 화장품의 절반(51%)을 넘겼다. 그동안 중국 수출의 중심이던 기초 제품을 색조가 앞지른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을 이끈 건 과거 중국 시장을 주도하던 대기업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에서 먼저 흥행을 입증한 신진 브랜드들이었다.
무엇을 했나
더파운더즈의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는 2023년 중국 사업을 접었다가, 올해 8월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의 중국 법인(세포라 차이나)을 통해 현지 시장에 재진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누아는 어성초 토너로 알려진 브랜드다. 한 번 철수했던 시장에 다시 들어가면서 세포라라는 이미 검증된 유통 채널을 택한 점이 눈에 띈다. 현지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 둔 편집숍의 틀 안에서 다시 시작한 것이다.
달바글로벌은 중국 법인을 세우며 현지 사업 채비에 나섰고, 메디큐브도 현지 유통 파트너십을 맺었다.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조짐을 보이자 유통 채널과 현지 거점부터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더해 교보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서는 릴리바이레드 러브빔, 퓌 푸딩팟, 웨이크메이크 섀도우 팔레트 같은 한국 색조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교보증권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산 뒤 본국에서 다시 구매하는 경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가 현지에서 광고를 집행하기 전에, 소비자가 먼저 제품을 써보고 화제를 만드는 흐름이다.

왜 통했나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 소비자는 피부톤의 접점이 커서, 스킨케어에 이어 색조까지 수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색조는 스와치 사진 한 장, 발색 영상 한 편만으로도 소비자가 “내 피부에 어울리겠다”는 판단을 빠르게 내리는 카테고리다. 샤오홍슈 같은 이미지·영상 중심 플랫폼과 색조 제품의 궁합이 좋은 이유다.
타이밍도 맞아떨어졌다. 올해 1~8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48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다. 한국에서 K뷰티를 직접 써본 소비자가 늘어나는 시점에, 아누아와 달바글로벌처럼 글로벌에서 브랜드력을 검증받은 곳들이 발 빠르게 현지 채비를 갖춘 것이다. 시장이 완전히 열린 뒤 뒤늦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풀리는 조짐이 보일 때 유통 채널과 거점부터 준비해 둔 순서가 눈에 띈다.

우리 브랜드에 옮기면
아누아나 달바글로벌처럼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세포라에 입점하는 일은 예산이 적은 브랜드가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케이스에서 가져올 수 있는 원리는 따로 있다. 첫째, 정식 유통 채널을 세우기 전에 샤오홍슈 같은 플랫폼에서 자발적 언급이 생기는지부터 확인한다. 국내에서 이미 올리브영에 입점한 색조 제품이 있다면, 중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우리 제품이 자연스럽게 소개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반응을 먼저 확인한 뒤에 정식 진출을 검토해야 리스크가 작다.
둘째, 색조는 발색과 사용감을 짧은 영상으로 보여주기 좋은 카테고리라는 점을 활용한다. 예산이 크지 않다면 국내 콘텐츠를 만들 때부터 발색 스와치와 사용 전후 비교 화면을 기본으로 넣어 두자. 나중에 중국 시장을 두드릴 때 자막과 문구만 바꿔 그대로 쓸 수 있다. 중국향 콘텐츠를 처음부터 새로 찍는 것보다, 기존 콘텐츠를 재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두는 편이 비용을 아끼는 길이다.

셋째, 따라 하면 안 되는 부분도 분명하다. 중국 법인 설립이나 세포라 같은 대형 편집숍 입점은 자본과 행정 절차가 상당히 필요한 일이다. 소규모 브랜드가 준비 없이 법인부터 세우면, 정작 제품력이나 콘텐츠 준비가 부실한 채로 진출 시점만 앞당기는 결과가 된다. 또한 색조가 반등을 이끌었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색조로 방향을 바꿀 이유는 없다. 우리 브랜드의 강점이 스킨케어라면 무리해서 색조로 확장하지 말고, 스킨케어 안에서 중국 소비자에게 새롭게 어필할 지점을 먼저 찾는 편이 맞다.

마무리
중국 화장품 수출이 76% 급증했다는 숫자 뒤에는, 시장이 다시 풀리는 조짐을 읽고 유통 채널과 현지 거점을 준비해 둔 브랜드들의 순서가 있었다. 예산이 크지 않은 브랜드라도 이 순서의 원리는 옮겨올 수 있다. 정식 진출 전에 반응부터 확인하고, 콘텐츠 자산을 재활용 가능한 형태로 준비해 두고, 자기 브랜드의 강점 카테고리를 무리하게 바꾸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는 규모와 상관없이 지금 바로 점검할 수 있는 일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글
본문에 사용된 사진은 참고 이미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본문 내용은 발행 시점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정책·가격·조건은 이후 바뀔 수 있으니 최신 정보는 공식 출처로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