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리x아모레퍼시픽 협업, 이커머스 공동 마케팅의 조건
컬리가 9월 29일 아모레퍼시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협약(JBP)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단순한 입점 계약이 아니라 뷰티컬리 전용 상품 ‘컬리온리(Kurly Only)’를 함께 기획하고 개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컬리는 2022년 뷰티컬리를 선보인 뒤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품군을 넓혀왔는데, 이제는 브랜드와의 협업 범위를 상품 기획 단계까지 넓힌다. 유통사가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관계에서 ‘함께 만드는’ 관계로 넘어간 셈이다. 이 변화가 왜 지금 나왔는지, 그리고 예산도 인지도도 부족한 브랜드가 여기서 무엇을 가져갈 수 있는지 짚어본다.
무엇을 했나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뷰티컬리 고객을 위한 ‘컬리온리’ 기획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상품 기획 초기 단계부터 뷰티컬리 상품기획자(MD)가 직접 참여한다. 지금까지는 기존 제품을 묶거나 용량을 달리한 기획세트를 내놓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상품 개발 단계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 것이다. 공동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신규 카테고리를 함께 키우는 내용도 협약에 담겼다. 뷰티컬리에는 이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헤라, 에스트라, 일리윤 등이 입점해 있다.
주목할 지점은 협업의 대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다양한 채널에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는 대형 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한 플랫폼과 손잡고 ‘거기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온라인 유통 채널 하나하나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각자 다른 소비자층을 가진 별도의 시장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왜 손잡았나
컬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시작한 플랫폼이지만, 2022년 뷰티컬리를 별도 서비스로 내놓은 뒤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뷰티 상품군을 키워왔다. 장을 보러 들어온 고객이 같은 장바구니에 화장품을 담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뷰티 전문몰이나 종합 오픈마켓과는 구매 맥락이 다르다.
‘단독 상품’이라는 형식은 양쪽의 과제를 동시에 풀어준다. 컬리는 다른 곳에서 살 수 없는 상품으로 플랫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아모레퍼시픽은 어느 채널에서나 파는 같은 상품의 가격 경쟁에서 한발 비켜난 상품군을 가질 수 있다. 김미리 컬리 뷰티 본부장도 이번 협력으로 뷰티컬리 고객에게 “더욱 특별하고 차별화한 상품과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유통사와 브랜드 모두 ‘같은 상품을 어디서 더 싸게 파느냐’는 경쟁에서 벗어나려는 시점에 나온 선택으로 읽힌다.

우리 브랜드에 옮기면
이 사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단독 상품’이라는 형식 자체이지, 컬리나 아모레퍼시픽 같은 규모가 아니다. 중소 뷰티 브랜드가 대형 유통사와 정식 JBP를 맺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원리는 작게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온라인 편집숍이나 지역 기반 플랫폼과 협의해, 그 채널에서만 파는 한정 색상이나 용량, 패키지 구성을 만들어보는 식이다. 상품 자체를 새로 개발할 여력이 없다면 기존 라인업의 구성만 바꿔도 ‘여기서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만들어진다.
다만 이 방식을 따라 할 때 조심할 부분이 있다. 첫째, 단독 상품은 재고 리스크를 브랜드가 그대로 떠안는 구조가 되기 쉽다. 대형 브랜드는 손실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작은 브랜드가 무리하게 전용 SKU를 여러 개 만들면 재고만 쌓이고 채널 하나에 발이 묶일 수 있다. 처음에는 기존 제품의 패키지나 구성만 살짝 바꾼 최소 단위로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둘째, 트래픽이 큰 채널이 아니라 고객층이 뚜렷한 채널을 골라야 한다. 방문자가 많아도 우리 제품군과 소비 맥락이 안 맞으면 단독 상품이라는 카드는 힘을 못 쓴다. 우리 제품을 살 법한 사람들이 이미 그 채널에서 무엇을 사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셋째, 유통사에 제안할 때는 ‘입점시켜 달라’가 아니라 ‘이 채널 소비자에게 맞는 구성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하자. 담당 MD 입장에서도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받는 것보다, 자기 채널 고객에 맞춰 조정된 상품을 받는 편이 채널 차별화에 도움이 된다.

브랜드와 유통 채널의 관계가 ‘납품’에서 ‘공동 기획’으로 옮겨가는 흐름은 뷰티컬리 하나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소 브랜드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 제품을 살 소비자가 이미 모여 있는 채널이 어디인지, 그 채널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작게 시도해볼 수 있는지다. 큰 예산 없이도 구성 하나, 색상 하나로 시작할 수 있는 실험이다.

마무리
컬리와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협업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다. 대형 유통사와 대형 브랜드가 상품 기획 단계부터 손을 잡는다는 것은, 이커머스 채널이 이제 단순 판매처를 넘어 브랜드 전략의 파트너로 취급받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작은 브랜드라면 이 흐름에서 ‘단독’이라는 키워드 하나만 가져가도 충분하다. 무리한 전용 상품 개발이 아니라, 우리 제품을 사줄 소비자가 모인 채널과 작은 단위의 협업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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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뷰티 확장, 저가 화장품 브랜드 입점 전략도 유통 채널과 브랜드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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