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매장 화장품 매대에 진열된 저가 뷰티 제품들
K-Beauty 2026.09.09

다이소 뷰티 확장, 저가 화장품 브랜드 입점 전략

화장품 브랜드가 처음 판로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올리브영이다. 매대 하나 잡기 위해 몇 달을 대기하고, MD 미팅을 준비하고, 입점 심사에서 떨어지면 다시 서류를 다듬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 줄에 서는 대신 다이소로 방향을 틀었다. ‘생활용품점에 화장품을 팔면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진다’는 오래된 통념을 정면으로 거스른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실제로 판매량과 인지도를 끌어올린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을 했나

대표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 에이블씨엔씨의 ‘스킨1004’와 ‘언커버드’, 그리고 홀리카홀리카, VT코스메틱 등이다. 이들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신생 단계이거나 기존 채널에서 성장이 정체된 상태였고, 대형 유통망에 들어갈 마케팅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다. 올리브영 입점은 초기 발주 물량 확보, 매대 진열비, MD 대응 인력까지 요구하는 진입장벽이 있는데, 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브랜드들에게 다이소는 상대적으로 낮은 문턱이었다.

이들이 다이소에 들어가면서 취한 방식은 단순히 ‘싼 채널에 싼 제품을 넣는’ 것이 아니었다. 다이소 전용 라인을 별도로 기획해 1000원에서 5000원대 가격대에 맞춘 스킨케어·베이스 제품을 내놓았고, 동시에 기존 올리브영 라인은 그대로 유지했다. 즉 채널별로 제품 라인을 분리해서 브랜드 이미지 훼손 없이 저가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다이소는 2026년 현재 전국 15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며(다이소몰 공식 안내 기준), 이 매장망 자체가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확보되는 노출 채널이 됐다.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저가형 화장품 진열대

왜 통했나

이 전략이 통한 배경에는 소비 심리의 변화가 있다. 물가에 민감해진 10대·20대 초반 소비자들이 ‘가성비 화장품’을 SNS에서 직접 찾아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다이소 화장품 후기가 유튜브 쇼츠와 틱톡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브랜드가 광고비를 쓰지 않아도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라는 반전 요소 자체가 콘텐츠의 소재가 됐고, 이는 브랜드가 직접 기획한 마케팅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퍼졌다.

타이밍도 맞아떨어졌다. 고물가 국면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저가 채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똑똑한 소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예전 같으면 다이소 화장품을 쓴다고 말하기 꺼렸을 소비자들이, 지금은 오히려 추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린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이 더 이상 이미지 손상 요인이 아니라, 진입 장벽을 낮추는 무기로 작동한 셈이다. 여기에 다이소라는 채널 자체가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 올리브영은 여전히 뷰티 전용 매장이라는 심리적 문턱이 있지만, 다이소는 생활용품을 사러 들렀다가 화장품을 우연히 발견하는 동선이 만들어진다. 이 우연한 발견이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지 않다는 점을 여러 브랜드가 확인했다.

화장품 제조공장의 생산 라인

우리 브랜드에 옮기면

예산이 적은 브랜드라면 다이소 입점 자체를 목표로 삼기 전에, 이 사례에서 뽑아낼 수 있는 원리를 먼저 봐야 한다. 핵심은 ‘채널에 맞춰 제품 라인을 나눠라’는 것이다. 기존에 팔던 제품을 그대로 저가 채널에 밀어 넣으면 오히려 기존 채널 소비자와의 가격 신뢰가 무너진다. 소용량·단순 구성으로 별도 SKU를 만들어 저가 채널 전용으로 내놓는 방식이 브랜드 훼손을 막는다.

두 번째는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를 노리는 것이다. 큰 광고비를 쓸 수 없다면, 가격 대비 품질의 반전 요소를 제품 자체에 심어야 한다. 이 반전이 없으면 소비자는 콘텐츠를 만들 이유가 없다. 실제로 다이소 화장품 후기 콘텐츠들은 대부분 브랜드가 시킨 게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찍은 것이었고, 이런 구조는 체험단이나 협찬 없이도 만들 수 있다. 다만 반전 요소를 만들려면 원가 안에서 어떤 성분·마감을 포기하지 않을지 먼저 결정해야 하고, 이건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 기획 단계에서 정해질 문제다. 채널을 늘리는 결정을 하기 전, 9월처럼 체험단 캠페인이 몰리는 시기에는 오히려 저가 채널 신제품을 체험단 콘텐츠와 묶어 노출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십대 소비자가 화장품 매장에서 제품을 고르는 모습

따라 하면 안 되는 부분도 분명하다. 다이소에 입점한다고 무조건 매출이 오르는 게 아니다. 스킨1004나 VT처럼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던 브랜드는 다이소 매대에서도 이름값으로 눈에 띄었지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생 브랜드가 같은 매대에 놓이면 수많은 저가 제품들 사이에서 존재감 없이 묻히기 쉽다. 즉 다이소는 인지도를 ‘만드는’ 채널이라기보다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된 관심을 ‘수확하는’ 채널에 가깝다. 최소한의 SNS 인지도나 커뮤니티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저가 채널부터 들어가면, 가격만 낮추고 아무 반응도 얻지 못하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

또 하나, 저가 라인과 프리미엄 라인의 원가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유통사와 명확히 협의해야 한다. 다이소는 납품 단가 협상력이 강한 채널이라 마진이 얇아지기 쉽고, 물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브랜드 규모에 맞는 최소 물량을 먼저 계산하지 않고 뛰어들면, 채널 하나 늘렸다가 재고와 현금흐름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

소규모 브랜드 운영자가 사무실에서 전략을 검토하는 모습

마무리

다이소 뷰티 확장은 ‘싸게 팔면 브랜드가 죽는다’는 통념을 깬 사례지만, 그 이면에는 제품 라인 분리, 콘텐츠 반전 요소 설계, 물량 계산이라는 구체적인 준비가 있었다. 무작정 저가 채널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이 전략이 통했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우리 브랜드 규모에 맞게 축소해서 적용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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