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브영 비수도권 매출 급증이 알려주는 로컬 마케팅 순서
추석 연휴, 올리브영 매출을 끌어올린 건 서울이 아니라 지방이었다. CJ올리브영이 10월 5일 밝힌 바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비수도권 매장의 일평균 매출은 직전 2주(9월 10일~23일)보다 62%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매장의 증가 폭은 36%였으니,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훨씬 가파르게 뛴 셈이다. 일평균 고객 수도 27% 늘었고 객단가까지 함께 올랐다. 특히 10대 고객의 매출은 200% 이상 증가했다. 수도권에 자원을 몰아 넣던 뷰티 브랜드라면 이 숫자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무엇을 했나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사례는 올리브영이라는 플랫폼 전체의 수치이지, 특정 뷰티 브랜드 하나가 캠페인을 기획해서 만든 결과가 아니다. CJ올리브영이 공개한 건 추석 연휴 동안 비수도권 매장에 손님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몰렸고, 한 번에 쓰는 금액도 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입장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누가 무엇을 기획했나”가 아니라 “이 흐름이 왜 하필 추석에, 하필 지방에서, 하필 10대 중심으로 터졌나”다.
추석 연휴는 수도권에 나가 있던 가족과 친지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시기다. 평소 서울·수도권 올리브영 매장에서 트렌드 제품을 사던 사람들이 지방의 본가로 내려가면서, 그 지역 매장에서 소비를 대신 일으켰을 수 있다. 동시에 연휴 기간 지방에 거주하는 10대들이 가족과 함께 혹은 또래끼리 매장을 찾을 기회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평소라면 온라인으로만 트렌드를 확인하던 10대가 연휴 기간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흐름에서 브랜드가 할 수 있었던(혹은 앞으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움직임은 두 가지 층위로 나뉜다. 하나는 올리브영 본사 차원의 MD 운영과 진열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브랜드가 자사 SNS·숏폼 채널에서 지방 고객을 겨냥해 콘텐츠를 짜는 방식이다. 올리브영 쪽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결국 “지방 매장도 수도권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구매력을 가진 날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이고, 개별 브랜드는 이 데이터를 자기 채널 운영의 참고 자료로 써야 한다.

왜 통했나
수치가 이렇게 벌어진 이유를 추측해보면, 핵심은 ‘이동’과 ‘타이밍’의 교차일 수 있다. 평소 지방 매장은 수도권 매장보다 방문 빈도가 낮고 신제품 체험 기회도 적을 수 있다. 그런데 명절 연휴는 수도권에 거주하던 인구가 일시적으로 지방으로 이동하는 대표적인 구간이다. 이런 이동이 평소 온라인에서 보던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실물로 확인하거나, 가족에게 선물할 겸 소비를 몰아서 하는 흐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 10대까지 가세하면서 객단가와 고객 수가 동시에 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10대 고객의 증가 폭이다. 10대는 매장을 직접 찾아 제품을 발라보고 사진 찍고 공유하는 행동에 익숙한 세대로 알려져 있다. 명절처럼 또래가 한곳에 모이는 시기, 평소 가지 못했던 매장에 함께 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매장이 흔해서 특별할 게 없지만, 지방에서는 매장 방문 자체가 상대적으로 희소한 경험이 되어 소비로 이어지는 속도가 빨랐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수치는 특정 브랜드의 마케팅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는 시점’과 ‘매장이 평소 덜 붐비는 지역’이 겹쳤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현상에 가깝다. 다만 이 현상을 미리 읽고 재고·진열·SNS 콘텐츠를 그 타이밍에 맞춰 준비해둔 브랜드와, 평소와 똑같이 운영한 브랜드 사이에는 실제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 브랜드에 옮기면
예산이 적은 신생 브랜드라면 이 사례에서 가져올 건 “명절 전후 비수도권 물량과 콘텐츠를 따로 챙긴다”는 원칙이다. 전국 단위로 똑같은 마케팅 캘린더를 돌리는 대신, 명절처럼 인구 이동이 큰 시점에는 지방 매장 재고가 비지 않도록 올리브영 MD와 미리 소통해볼 수 있다.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수도권 플래그십 매대보다 명절 시즌 비수도권 매장의 진열 공간을 확보하는 쪽이 오히려 노출 대비 비용이 낮을 수 있다.
SNS·숏폼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추석이나 설 연휴 직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흐름에 맞춰 “본가에 가져갈 선물용 화장품”, “고향 친구들과 같이 쓰기 좋은 제품” 같은 각도로 콘텐츠를 짜면, 이동 중이거나 연휴를 준비하는 소비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붙잡을 수 있다. 특히 10대·20대 초반을 겨냥한다면 숏폼에서 또래가 매장에 함께 가서 제품을 체험하는 느낌의 영상이 명절 직전 타이밍에 더 잘 먹힐 수 있다. 이런 콘텐츠 운영 방식은 추석 전 유튜버 협업으로 숏폼 리뷰를 이어가는 전략과도 결이 닿아 있다.
예산이 정말 적다면 전국 캠페인 대신 특정 지역 하나를 골라 그 지역 올리브영 매장과 연계한 소규모 체험 이벤트나 지역 커뮤니티 기반 홍보만 집중적으로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 상권은 경쟁 브랜드 수가 적은 만큼, 작은 예산으로도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기가 수도권보다 수월할 수 있다.
반대로 따라 하면 안 되는 부분도 분명하다. 이번 수치는 ‘명절 연휴’라는 특수한 이동 패턴이 만든 일시적 급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걸 “비수도권 소비자는 원래 구매력이 높다”는 식으로 일반화해서 연중 내내 지방 재고를 과도하게 늘리는 건 위험하다. 또한 10대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제품 포뮬러나 가격대를 10대 전용으로 급하게 바꾸는 것도 성급하다. 이번 데이터는 ‘연휴 기간 동안 10대의 구매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는 것이지, 10대가 핵심 타깃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까지는 아니다. 시즌성 신호와 구조적 변화를 구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마무리
이번 추석 올리브영 비수도권 매출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결국 하나다. 사람이 움직이는 시점을 먼저 읽은 쪽이 매대 한 칸, 영상 한 편을 더 유리한 타이밍에 놓을 수 있다는 것. 다음 명절이나 긴 연휴를 앞두고 지방 상권 재고와 콘텐츠 캘린더를 미리 손봐두는 것만으로도, 전국을 똑같이 상대하는 브랜드보다 한 걸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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