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브영 호빵맨 협업이 보여주는 IP 마케팅의 핵심
보통 캐릭터 협업이라고 하면 ‘한정판 패키지 하나 찍어내는 것’을 떠올린다. 화장품 케이스에 캐릭터 그림 넣고, 굿즈 몇 개 끼워 팔고 끝. 그런데 올리브영이 최근 보여준 방식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캐릭터를 상품에 ‘입히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사는 세계관 전체를 매장 안에 ‘옮겨 놓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8월 말 문을 연 산리오 팝업의 흥행이었고, 올리브영은 이 방식을 반복 가능한 전략으로 만들어 10월 호빵맨 협업으로 곧장 이어갔다.
무엇을 했나
올리브영은 8월 30일부터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올리브영 시티 로그’ 팝업을 올리브영N 성수와 인근 팝업 전용 공간 ‘트렌드팟 바이 성수’에서 열었다. 단순 굿즈 판매대가 아니라, 9월 6일부터는 산리오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도시 콘셉트의 체험 프로그램까지 곁들였다. 팝업 첫날에는 오픈런을 위한 대기 행렬이 새벽부터 이어졌고, 운영 8일차였던 9월 6일까지의 매출은 지난해 7월 진행했던 산리오 팝업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8% 늘었다. 방문객의 약 70%는 2030세대였다.
이 성과를 확인한 올리브영은 곧바로 다음 카드를 꺼냈다. 10월 한 달간 일본 인기 캐릭터 ‘호빵맨’과의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화장품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기초화장품과 핸드워시·풋샴푸 같은 스킨·바디케어 제품, 가글·치약 등 구강·위생용품, 속눈썹·메이크업 브러시 같은 미용 소품, 홈웨어·이너웨어, 식품까지 총 77종의 협업 상품을 내놓았다. 눈에 띄는 건 카테고리마다 캐릭터를 다르게 배치했다는 점이다. 구강용품에는 ‘세균맨’을, 미용 소품에는 ‘짤랑이’와 ‘딸랑이’ 같은 캐릭터를 붙였고, 식품에는 호빵맨과 디저트 관련 캐릭터를 연결했다. 캐릭터를 아무 데나 붙인 게 아니라 상품의 쓰임새와 캐릭터의 서사를 하나씩 맞춰 넣은 셈이다.

왜 통했나
산리오 팝업이 성공한 이유를 매출 숫자로만 설명하면 놓치는 지점이 있다. 진짜 핵심은 ‘팬덤이 이미 존재하는 IP를 고른 것’과 ‘그 팬덤이 원하는 경험을 매장 안에서 완결시킨 것’ 두 가지가 겹쳤다는 데 있다. 산리오 캐릭터는 이미 두꺼운 성인 팬층을 갖고 있다. 이들은 캐릭터 상품 하나를 사려고 오는 게 아니라, 그 세계관 안에 잠깐 들어가 사진을 찍고 굿즈를 모으는 경험 자체를 소비하러 온다. 올리브영이 팝업에 체험 프로그램을 얹은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 선택으로 읽힌다.
호빵맨 협업에서 카테고리별로 캐릭터를 다르게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균맨을 구강용품에, 딸랑이를 미용 소품에 붙이는 식의 매칭은 소비자가 “이건 그냥 스티커 붙인 상품이 아니라 이 캐릭터의 이야기와 맞는 물건이구나”라고 느끼게 만든다. 유통업계 전반에서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GS25가 지난 7월 이치방쿠지(캐릭터 경품 뽑기) 특화점을 선보인 데 이어 이마트24도 9월 7일 이치방쿠지 판매를 시작했다. 이마트24의 애니메이션·게임 피규어, 굿즈 상품은 6~8월 월평균 매출 증가율이 171%에 달했다. 패션업계에서도 스파오가 올해 상반기 IP 협업 상품 매출을 51% 늘렸고, 6월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스파오프렌즈 랩’ 팝업은 사전예약에 1만5000명 이상이 몰려 1분 만에 마감됐다. 서로 다른 업종에서 같은 방식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타이밍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매장을 찾는 2030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같은 상품을 살 수 있는 세대다. 그런데도 오프라인 매장에 줄을 서는 이유는 ‘거기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 굿즈, 그 공간에서만 찍을 수 있는 사진, SNS에 올릴 거리. 캐릭터 IP는 이 조건을 가장 빠르게 채워 주는 재료다. 브랜드가 새로 스토리를 만들 필요 없이, 이미 완성된 팬덤과 서사를 빌려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브랜드에 옮기면
올리브영처럼 77종을 한 번에 찍어내고 성수에 팝업 공간을 낼 수 있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하지만 원리 자체는 작게 쪼개서 적용할 수 있다. 우선 캐릭터를 상품 전체에 무리하게 붙이지 말고, 시즌 한정 제품 한두 종에만 집중하자. 라이선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대형 IP 대신 신진 일러스트레이터나 소규모 캐릭터 브랜드와 협업하는 쪽이 현실적이다. 팬덤 규모는 작아도, 그 팬덤이 확실히 반응하는 캐릭터라면 충분하다.
카테고리별로 캐릭터를 다르게 매칭했던 호빵맨 협업의 아이디어도 그대로 가져올 만하다. 예를 들어 클렌징 제품에는 물이나 거품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선케어 제품에는 태양이나 야외 활동과 관련된 캐릭터를 붙이는 식으로 상품과 캐릭터의 이야기를 맞추면, 그림만 바꾼 상품보다 훨씬 설득력이 생긴다. 여기에 매장 방문이나 온라인 이벤트에서만 받을 수 있는 미니 굿즈를 얹으면, 큰 예산 없이도 ‘수집하고 싶은 이유’가 만들어진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브랜드라면 팝업 대신 온라인 한정 패키지나 리뷰 인증 이벤트로 같은 구조를 만들면 된다.
다만 따라 하면 안 되는 부분도 분명하다. 첫째, 캐릭터를 브랜드 정체성과 무관하게 아무 데나 붙이는 것이다. 맥락 없는 협업은 팬덤이 금방 알아본다. 둘째, 라이선스 계약과 저작권 검토 없이 캐릭터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캐릭터 IP는 상표권과 저작권이 걸린 영역이라 정식 계약 없이는 광고 소재로도 쓸 수 없다. 셋째, 팝업이나 이벤트를 한 번 하고 끝내는 것이다. 올리브영이 산리오의 성과를 확인하자마자 호빵맨 협업으로 이어간 것처럼, 반응이 확인되면 곧바로 다음 협업을 준비해야 한다. 단발성 이벤트는 팬덤의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마무리
올리브영의 캐릭터 협업이 보여주는 건 ‘캐릭터를 붙이면 잘 팔린다’는 단순한 공식이 아니다. 이미 완성된 팬덤의 서사를 빌려 오고, 그 서사에 맞게 상품과 경험을 다시 설계하고, 성공을 확인하면 곧바로 다음 협업으로 확장하는 순서다. 예산이 크지 않은 브랜드라도 이 순서 자체는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 큰 IP가 아니어도, 우리 브랜드와 결이 맞는 캐릭터 하나를 제대로 골라 이야기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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