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로컬 브랜드 매장에 진열된 콜라보 굿즈
Jeju 2026.08.25

에버랜드 X 제주 브랜드 콜라보 굿즈, 협업의 조건

제주시 원도심의 한 로컬 브랜드 매장 진열대에 낯선 패키지가 하나 올라왔다. 익숙한 감귤 캐릭터 옆에 에버랜드 로고가 나란히 찍힌 협업 굿즈다. 매장 직원은 “이게 뭐냐”고 묻는 손님들에게 몇 번이고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했다고 한다. 제주의 작은 브랜드와 국내 최대 테마파크가 만나는 일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협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 단위 브랜드가 대기업 캐릭터·테마파크와 손잡고 정식 라이선스 굿즈를 만든 사례는 제주에서 눈에 띄게 드물었다. 그동안 제주와 외부 대기업의 접점은 주로 관광 프로모션이나 항공사 이벤트, 대형 유통사의 특산품 입점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브랜드 대 브랜드로 만나 공동 상품을 기획하고 유통망을 나누는 방식은 다른 이야기였다.

이전에는 접점 자체가 드물었다

제주 로컬 브랜드들이 외부와 협업할 기회는 생각보다 제한적이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단발성 팝업이나 지자체가 주선하는 특산물 박람회 부스가 대부분이었고, 그마저도 시즌이 끝나면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섬이라는 물리적 조건도 걸림돌이었다. 본사가 서울에 있는 기업 입장에서 제주 브랜드와 협업하려면 담당자가 직접 섬을 오가며 미팅을 해야 했고, 샘플 하나를 주고받는 데도 항공 배송비와 시간이 추가로 들었다.

여기에 제주 브랜드 쪽의 생산 규모 문제도 있었다. 대형 테마파크나 유통사가 요구하는 물량을 감당할 만한 생산 라인을 갖춘 로컬 브랜드는 많지 않았다. 콜라보 이야기가 오가다가도 “몇 만 개를 언제까지 납품할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멈춰버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결국 협업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끝나거나, 소규모 한정판으로 축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테마파크 기념품 매장에 진열된 캐릭터 굿즈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이번 에버랜드와 제주 로컬 브랜드의 콜라보는 그 지점에서 몇 가지가 다르게 설계됐다. 캐릭터 라이선스를 빌려주는 쪽과 지역 소재를 활용하는 쪽이 처음부터 공동 기획 단계에서부터 물량과 유통 채널을 나눠 설계했다는 점이다. 제주 매장에서만 파는 한정판과, 에버랜드 현장 및 온라인몰에서 함께 파는 공통판을 구분해 생산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식이 적용됐다.

제품 구성도 기존 관광 기념품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로고를 얹은 티셔츠나 열쇠고리가 아니라, 제주 소재를 실제 원료나 디자인 모티프로 삼은 상품이 중심이다. 감귤이나 현무암, 해녀 문화 같은 요소를 캐릭터 세계관과 결합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소재를 구체적으로 결합하면 단순 로고 콜라보보다 상품 자체의 이야기가 살아난다는 게 이번 기획의 방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판매 채널별 물량 배분이나 정식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로컬 브랜드 측은 전한다.

제주 감귤을 파는 지역 시장 풍경

왜 지금 이런 협업이 나오는가

이 시점에 이런 협업이 성사된 배경에는 제주 관광업계가 처한 상황이 있다. 최근 몇 년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지역 상권에서 계속 나왔고, 항공 좌석 공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제주 로컬 브랜드들은 관광객 의존 매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해왔다. 이런 흐름은 제주 관광객 감소기, 지역 브랜드 재방문 전략 준비법에서도 다뤘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로컬 브랜드가 육지, 그것도 서울 인근의 대형 테마파크와 접점을 만드는 것은 매출 채널을 다변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된다. 제주에 오지 않아도 육지 소비자가 제주 브랜드 상품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는 셈이다. 반대로 에버랜드 입장에서도 지역색이 뚜렷한 소재는 매년 반복되는 캐릭터 굿즈 라인업에 신선함을 더하는 방법이 된다. 대형 테마파크가 지역 특산 소재를 활용한 협업을 시도하는 사례는 국내외에서 드물지 않게 있었고, 지역 이야기를 담은 상품이 단순 캐릭터 굿즈보다 화제성을 오래 끄는 경향이 이번 기획에도 참고됐을 가능성이 있다.

소규모 공방에서 제품을 만드는 모습

실제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

이 협업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해당 로컬 브랜드의 생산 현장이다.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짧은 기간에 맞춰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품질 기준도 대기업 라이선스 상품에 맞춰 까다로워진다. 소규모 공방 형태로 운영되던 곳이라면 이 과정에서 외주 생산을 늘리거나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제주 현지 매장을 찾는 방문객들도 변화를 체감한다. 한정판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이 특정 매장으로 몰리면서 평소와 다른 방문 패턴이 만들어지고, 이는 인근 상권에도 짧게나마 낙수 효과를 준다. 반대로 육지 소비자, 특히 에버랜드를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는 제주를 직접 가지 않고도 제주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경험이 새로 생긴다. 다만 이런 육지 판매가 늘어날수록 제주 현지 방문의 특별함이 옅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로컬 브랜드 내부에서는 나올 법한 지점이다.

편의점 스낵 진열대에 놓인 협업 상품

다른 지역, 다른 시기의 비슷한 시도들

지역 소재와 대기업 캐릭터의 결합은 제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특산품 브랜드가 대형 테마파크, 편의점, 백화점과 협업해 한정판 상품을 내놓는 방식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종종 시도돼 왔다. 성공적으로 이어진 협업은 대개 초기 한 차례 판매로 끝나지 않고, 다음 시즌이나 다른 소재로 관계를 이어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반대로 화제성만 노리고 일회성으로 끝난 협업은 로컬 브랜드 쪽에 생산 부담만 남기고 후속 관계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제주 안에서도 지역 축제나 팝업을 통해 외부 브랜드와의 접점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돼 왔다. 제주 산지천 컬러풀 페스티벌, 원도심 축제 마케팅 기회에서 다룬 것처럼, 원도심 축제 같은 로컬 이벤트도 결국은 외부 방문객과 브랜드 노출을 동시에 늘리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번 콜라보와 맥이 닿아 있다. 다만 축제형 협업과 달리 이번 굿즈 콜라보는 유통 채널을 육지까지 확장한다는 점에서 파급 범위가 다르다.

공항에서 쇼핑백을 든 여행객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들

이번 협업에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정식 출시일과 판매 가격, 초도 물량 규모는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한정판 재고가 소진된 이후 재생산 여부나, 이번 협업이 일회성으로 끝날지 시즌제로 이어질지도 정해진 바가 없다. 로컬 브랜드 쪽에서는 이번 협업의 반응을 보고 후속 라인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구체적인 계획 발표는 아직이다.

제주라는 지역 조건도 변수로 남아 있다. 성수기와 비수기 편차가 큰 섬의 특성상, 협업 상품의 판매 시점이 관광 성수기와 맞물리는지 여부가 실질적인 흥행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항공 좌석 공급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한 점도 제주 현지 판매분의 접근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백화점 팝업스토어 매대

마무리

이번 에버랜드와 제주 로컬 브랜드의 콜라보는 지역 브랜드에게 육지 유통망이라는 새로운 창구를 실험해볼 기회다. 하지만 동시에 대기업과의 협업이 요구하는 생산 규모와 품질 기준을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그리고 이 관계를 일회성 화제로 끝내지 않고 다음 시즌까지 이어갈 전략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역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입장에서 이런 콜라보는 단순한 판매 채널 확장을 넘어, 브랜드 스토리를 외부에 어떻게 재설계해 보여줄 것인가를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제주 관광객 감소기, 지역 브랜드 재방문 전략 준비법

제주 산지천 컬러풀 페스티벌, 원도심 축제 마케팅 기회

제주 소상공인 100억 특별보증, 신청 전 챙길 자금 전략

본문에 사용된 사진은 참고 이미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본문 내용은 발행 시점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정책·가격·조건은 이후 바뀔 수 있으니 최신 정보는 공식 출처로 확인해주세요!

마케팅이 고민이라면, 인컴이 함께합니다.

인컴에 문의하기 → 인컴이 수행한 사례 보기
Other Jeju
광어낚시공원 제주 감귤과 애플망고, 땅콩이 놓인 식료품 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