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테우 골목형상점가 지정, 로컬 브랜드 입점 전략은
저녁 여덟 시가 넘어도 이호테우해변의 빨간 목마 등대 아래는 사람들로 붐빈다. 낮 동안 해수욕을 즐긴 관광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면,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과 등대 사진을 찍으러 온 연인들이다. 등대 뒤편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몇 년째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빈 점포와, 최근 문을 연 듯한 감각적인 소품숍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 골목이 최근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되면서, 이 애매한 풍경에도 변화의 신호가 켜졌다.

이호테우 상권에 붙은 새 이름표
골목형상점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상권 활성화 사업의 한 유형으로, 전통시장이나 아케이드형 상점가와 달리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골목 상권을 지원 대상으로 삼는다. 제주시가 이호테우해변 인근 상점가를 이 유형으로 지정하고 관련 지원을 추진하는 것은, 이 일대가 단순한 해변 배후 상권을 넘어 자생력을 갖춘 골목 상권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지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몇 억 원 규모로, 어느 시점에 집행될지는 아직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고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될 사안이라, 현재로선 지정 사실과 큰 방향성만 확인된 단계로 보는 게 정확하다.
골목형상점가 지정이 실제로 상인들 손에 잡히는 변화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간판 정비나 공동 마케팅, 환경 개선 사업 같은 후속 조치는 지정 이후 별도 사업 공모와 예산 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지정이 의미를 갖는 건, 이호테우 상권이 그동안 여러 지원 사업에서 다소 애매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으로 분류되지도, 그렇다고 대형 상업지구로 묶이지도 않는 어중간한 골목 상권에게는 이번 지정이 처음으로 ‘제도권 지원’이라는 문을 열어준 셈이다.

왜 하필 지금, 이 골목인가
이호테우해변은 제주공항에서 차로 10분 남짓, 접근성이 좋아 오래전부터 관광객이 꾸준히 찾아온 곳이다. 하지만 해변 바로 앞 도로변 상권과 달리, 뒷골목은 관광객의 동선에서 살짝 비껴나 있었다. 낮에는 해수욕장으로, 밤에는 등대 야경으로 사람이 몰리는데도 정작 골목 안쪽 상점들은 그 흐름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골목에 감성 카페나 소품숍, 베이커리 같은 로컬 브랜드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이런 자생적인 변화가 골목형상점가 지정의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제주는 최근 관광객 감소와 항공 좌석난이 겹치며 관광 의존 상권 전반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골목 상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건, 대형 관광지 의존도를 낮추고 동네 단위 소비를 붙잡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실제로 제주 관광객 감소기를 지나며 재방문객을 붙잡는 전략이 상권마다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호테우처럼 골목 정체성이 뚜렷한 곳은 재방문 유도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골목 안 상인들이 마주한 두 가지 얼굴
골목형상점가 지정 소식에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몇 년째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식당 주인들은 이 지정이 실질적인 임대료 부담 완화나 매출 증대로 이어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반면 최근 몇 년 사이 들어온 젊은 창업자들은 좀 더 적극적이다. 공동 브랜딩이나 골목 단위 마케팅 지원이 현실화된다면, 개별 매장이 홀로 홍보비를 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여기에 섬이라는 조건이 만드는 특수한 변수도 있다. 제주는 성수기와 비수기 매출 편차가 크고, 물류 비용이 육지보다 높아 원가 구조 자체가 다르다. 골목형상점가 지정으로 방문객이 늘어난다 해도, 그 효과가 여름 성수기에만 집중된다면 상인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지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비수기에도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역의 골목형상점가 사례를 봐도, 지정 초기에는 활력을 얻다가 계절 편차나 임대료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몇 년 새 다시 침체하는 경우가 있었던 만큼, 이호테우 상권도 이 지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입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놓인 선택지
이호테우 골목에 새로 자리를 잡으려는 로컬 브랜드 입장에서는 지금이 저울질할 시점이다. 골목형상점가 지정 초기에는 임대료가 아직 크게 뛰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원 사업의 세부 내용과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어떤 혜택을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시기이기도 하다. 관광객 동선과 주민 생활 동선이 겹치는 골목의 특성상, 관광객만 겨냥한 콘셉트보다는 동네 주민도 꾸준히 찾을 수 있는 매장 운영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지점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제주시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할 후속 사업 공고다. 간판 정비, 공동 마케팅비 지원, 주차 환경 개선 같은 구체적인 사업 항목과 예산 규모가 언제 어떤 형태로 확정될지가 이 지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골목 상인회 같은 자치 조직이 얼마나 결속력 있게 움직이느냐다. 골목형상점가 사업은 지자체 지원만으로 굴러가지 않고, 상인들 스스로 공동 규약을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호테우 골목 상인들 사이의 합의 수준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여름 성수기가 지난 뒤 가을·겨울 비수기에 이 골목이 얼마나 방문객을 유지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그 결과에 따라 이 지정이 일시적인 이슈로 끝날지, 실제 상권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갈릴 것이다.

이호테우 골목이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됐다는 사실 자체는, 이곳에 입점을 고민하는 로컬 브랜드에게는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신호로 읽힐 만하다. 다만 아직 지원 사업의 구체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지금은 정책 발표를 기다리며 매장 콘셉트와 마케팅 전략을 미리 다듬어둘 시점이다. 관광객뿐 아니라 동네 소비를 함께 붙잡는 브랜딩, 비수기를 견딜 수 있는 콘텐츠 기획, 그리고 골목 상인들과의 공동 마케팅 참여 여부까지 미리 그려두는 브랜드일수록, 실제 지원 사업이 열렸을 때 한발 앞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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