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타워 이미스 입점, 노형 상권이 눈여겨볼 지점
저녁 7시,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제주복합리조트 저층부는 카지노와 호텔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명품관과 편집숍이 늘어선 쇼핑 구역이 나오는데, 그 한켠에 새 간판이 걸렸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미스(emis)의 단독매장이다. 서울 강남이나 성수동에서 볼 법한 매장 구성이 제주, 그것도 원도심이 아닌 노형동 리조트 안에 그대로 옮겨온 모습이다.
이미스는 국내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한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 매장을 서울 주요 상권과 대형 복합몰 중심으로 확장해온 곳이다. 제주 매장은 이 브랜드가 도외 지역에 낸 몇 안 되는 단독 매장 중 하나로 꼽힌다. 드림타워 측은 매장 구성을 지역 관광객과 도민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매장을 찾은 손님 구성을 보면 캐리어를 끌고 온 관광객과 근처에서 넘어온 도민이 섞여 있다.

왜 하필 지금, 드림타워였나
드림타워는 개장 이후 줄곧 방문객 유치와 상업시설 채움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안고 있었다. 카지노와 호텔이 핵심 수익원이지만, 저층부 쇼핑·다이닝 공간이 얼마나 활기를 띠느냐가 체류시간과 재방문율을 좌우한다는 건 복합리조트 운영의 기본 공식이다. 이 공식 안에서 개별 브랜드 단독매장 유치는 단순한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몰 전체의 이미지를 재설계하는 작업에 가깝다.
이미스 입장에서도 이번 입점은 전략적 계산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서울 상권 포화 이후 눈을 돌리는 곳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해외 진출, 다른 하나는 국내 관광 거점 도시의 랜드마크형 상업시설이다. 제주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여전히 두터운 시장이고,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 동선과도 겹치는 지역이라 브랜드 노출 효과를 이중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이 계산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는 개장 초기 몇 달의 실적을 봐야 판가름 난다.

노형 상권이 받는 파장
노형동은 원래 제주 신시가지의 중심으로, 대형 마트와 프랜차이즈, 로컬 카페와 식당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드림타워가 들어선 이후 이 일대는 관광객 유입이 늘었지만, 동시에 상권 내부에서는 온도차가 뚜렷했다. 리조트 안으로 들어가 소비를 마치고 나오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정작 인근 골목 상가는 그 낙수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이미스 같은 브랜드가 드림타워 안에 자리 잡는 것은 이 흐름을 한 번 더 강화하는 신호로 읽힌다. 쇼핑을 위해 굳이 원도심이나 노형 로데오 거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리조트 안에서 식사·쇼핑·숙박이 한 번에 해결되는 구조가 짙어지기 때문이다. 근처에서 소규모 편집숍이나 로컬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만은 아닐 수 있다. 대형 리조트의 상업시설이 촘촘해질수록 인근 개인 매장으로 흘러드는 동선은 상대적으로 얇아질 가능성이 있다.

섬이라는 조건이 만드는 변수
제주 상권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계절 편차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격차가 육지 도시보다 훨씬 크고, 최근 몇 년간은 항공 좌석 공급이 들쭉날쭉하면서 그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도 있었다. 드림타워 같은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매출이 계절을 어느 정도 완충해주지만, 쇼핑 매장은 사정이 다르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매출이 눈에 띄게 빠지고, 그 공백을 도민 수요가 메워줄 수 있는지가 매장 생존의 관건이 된다.
이미스가 제주 매장을 도민 대상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도 포지셔닝하려는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도민 소비층이 리조트 안까지 일부러 찾아가는 습관을 얼마나 형성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울의 복합몰과 달리 드림타워는 주차나 접근성 면에서 일상적인 쇼핑 동선으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다른 지역 사례가 주는 힌트
대형 복합시설에 전국구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주변 상권이 재편되는 일은 제주가 처음은 아니다. 부산 해운대의 대형 복합몰이나 인천 송도의 상업시설이 들어서던 초기에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몰 안으로 소비가 흡수되면서 인근 골목 상권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실제로는 지역마다 결과가 갈렸다. 일부 지역은 몰 방문객이 주변으로 확산되며 상권 전체가 커지는 효과를 봤고, 일부 지역은 예상대로 몰 안쪽으로 소비가 쏠리며 골목 상권이 오래 고전했다.
이 차이를 가른 요인 중 하나는 주변 상권이 몰과 다른 성격의 소비를 얼마나 명확히 제공했느냐였다. 몰 안에서 살 수 없는 것, 몰 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주변 골목이 갖고 있을 때 상권은 서로 잠식하지 않고 공존했다. 노형동 일대가 이 지점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다.

남은 과제와 지켜볼 지점
드림타워 측은 이미스 외에도 추가 브랜드 입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브랜드명이나 시기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확정된 정보가 아니므로 향후 발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매장 운영 성과에 따라 이미스가 매장을 확장하거나 반대로 철수할 가능성도 모두 열려 있는 초기 단계다.
더 큰 틀에서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 자체가 변수다. 최근 항공 좌석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제주 방문객 흐름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지역 관광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리조트가 상업시설을 키우는 전략이 얼마나 유효할지, 그리고 그 과실이 리조트 안에만 머무를지 주변 상권까지 퍼질지는 몇 달 더 지켜봐야 답이 나올 사안이다.

마무리
드림타워 이미스 단독매장 오픈은 표면적으로는 브랜드 하나의 입점 소식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노형 상권 전체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쏠릴지를 가늠하는 신호탄에 가깝다. 대형 시설이 브랜드를 끌어들이는 힘이 세질수록, 인근 로컬 브랜드는 자기만의 색깔과 이유를 더 뚜렷하게 보여줘야 살아남는 구조로 가고 있다. 지역 브랜드나 상인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위협으로만 볼 게 아니라, 대형 리조트가 만들어내는 유동인구를 어떻게 자기 매장 앞까지 끌어올지, 어떤 마케팅으로 몰 안 소비와는 다른 경험을 제안할지를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설계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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