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억 제주 로컬기업 펀드, 도내 5곳 이상에 20억 이상
제주 지역에 기반을 둔 로컬기업을 겨냥한 200억원 규모의 펀드가 9월 말 운용을 시작했다. 도내 기업들이 성장 과정에서 부딪히는 자금 조달의 벽을 낮추려는 시도다.
정식 명칭은 ‘제주 지역기반대표기업(로컬기업) 성장펀드’로, 총 200억원 규모다. 운용은 BNK벤처투자가 맡고, 제주도가 출자한 10억원에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와 민간 자금이 더해졌다. 펀드는 도내 로컬기업 5곳 이상에 합계 20억원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도 출자금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투자 방식은 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과 함께, 생산 확대·신제품 양산·수출 물량 생산 같은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도 함께 쓴다. 어떤 기업이 투자를 받게 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왜 지금 제주에 이런 펀드가 만들어졌나
제주 경제는 오랫동안 관광과 부동산 두 축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관광객 수요 변동성과 부동산 경기 위축이 겹치면서, 도 내부에서는 제조·서비스업 기반의 로컬기업을 키워 경제 체질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의 로컬브랜드들이 성수동 팝업에 나서거나 홍콩 시장을 두드리는 시도가 이어졌고, 이번 펀드는 그 연장선에서 자금 조달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벽을 낮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도내 스타트업이나 중소 제조업체들은 수도권 기업에 비해 벤처캐피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탓에 투자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 번거롭고, 정보 비대칭도 크다. 이번 펀드는 제주도가 출자하고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와 민간 자금을 함께 모으는 구조로 설계돼, 순수 민간 자금만으로는 형성되기 어려웠던 지역 투자 시장에 마중물 역할을 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선정되는 기업, 무엇이 달라지나
투자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 이번 펀드는 단순한 운영자금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프로젝트 투자 방식은 생산 확대, 신제품 양산, 수출 물량 생산처럼 그동안 자금 부족으로 미뤄왔던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데 직접 쓰일 수 있다. 제주는 원자재와 완제품 모두 배편이나 항공편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물류비 부담이 육지 기업보다 구조적으로 크고, 이 때문에 초기 투자금이 적으면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가 더디다.
투자 외에 경영 컨설팅이나 판로 개척 같은 지원이 뒤따를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투자를 받는다고 해서 기업의 경영권이나 의사결정 구조가 크게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 측 이사회 참여나 정기 보고 의무 등 통상적인 투자 계약 조건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 사례와 비교해보면
지자체가 주도해 지역 기업 대상 펀드를 조성한 사례는 제주가 처음은 아니다. 부산, 강원 등 여러 광역지자체가 지역 특화 펀드를 운영해왔고, 성과는 지역마다 편차가 컸다. 펀드 조성 초기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막상 투자 집행 이후 회수(엑시트)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어 ‘투자는 했는데 성장으로 이어졌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 펀드의 성패는 결국 선정된 기업이 실제로 매출과 고용을 늘렸는지, 후속 투자를 유치할 만큼 성장했는지로 판가름 난다.
제주의 경우 앞서 히트펌프 보급사업을 둘러싼 지역기업 상생 논란처럼, 지역 예산이나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선정 과정의 투명성이 쟁점이 된 적이 있다. 이번 펀드 역시 심사 기준과 선정 과정이 얼마나 공개적으로 진행되는지가 도민들의 신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절차와 지켜봐야 할 지점
현재 알려진 것은 펀드 총액 200억원, 운용사 BNK벤처투자, 도내 로컬기업 5곳 이상에 합계 20억원 이상 의무 투자, 지분 투자와 프로젝트 투자 병행이라는 기본 틀이다. 펀드가 9월 말 운용을 시작한 만큼, 어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받는지는 앞으로 차례로 드러날 것이다.
또한 투자 이후 기업들이 실제로 제주 안에서 고용을 늘리고 매출을 키우는지, 투자금이 육지 진출이나 해외 시장 확대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쓰이는지도 향후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섬이라는 조건 때문에 성장한 기업이 본사나 생산시설을 육지로 옮기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펀드의 취지인 ‘로컬 경제 강화’가 실제로 지역에 남는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몇 년 뒤에나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마무리
200억원 규모의 이번 펀드는 이제 막 운용을 시작한 초기 단계다. 하지만 관광과 부동산에 쏠려 있던 제주 경제에 제조·서비스 기반 로컬기업을 키우려는 흐름이 시작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몇 달간 어떤 기업이 선정되고,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는지는 도민과 지역 업계 모두가 주목할 지점이다.
브랜드나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이번 펀드로 선정될 기업들은 향후 1~2년 안에 마케팅과 브랜딩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큰 잠재 고객군이다. 자금이 투입되는 시점에 맞춰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비나 육지·해외 시장 진출용 콘텐츠 수요가 함께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선정 결과와 투자 집행 소식을 미리 살펴두는 것이 협업 타이밍을 잡는 데 유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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